Forwarded from IT의 신 이형수
[한강을 등진 아파트]
1970~80년대에 지어진 한강변 아파트들을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한강을 등지고 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강 조망권이 수억 원의 프리미엄인 시대니까. 그런데 당시엔 달랐다. 한강은 생활하수가 그대로 흘러드는 곳이었다. 여름이면 악취가 올라왔다. 장마철엔 물이 넘쳤다.
기피 대상이었다.
그래서 등을 돌리고 지었다.
연남동 철길도 그랬다.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소음과 분진이 쏟아졌다. 철길 옆은 싼 동네였다. 누구도 그 자리를 탐내지 않았다.
그런데 철도가 지하화되고 그 위에 공원이 들어섰다.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그 길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 됐다.
성수동은 더 극적이다.
공장 지대였다. 수제화 공장, 인쇄소, 자동차 정비소가 늘어서 있었다. 낡은 붉은 벽돌 건물과 철제 셔터. 기름 냄새가 배어 있던 골목. 누구도 그 동네를 매력적이라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 낡은 공장 건물들이 카페가 되고, 갤러리가 되고, 편집숍이 됐다. 벗겨진 콘크리트와 노출된 철골이 오히려 감성이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도를 들고 찾아온다.
철거하지 않고 남겨둔 그 흔적이 가장 비싼 자산이 된 것이다.
세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강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철길도 그대로였다. 성수동의 공장 건물들도 부수지 않았다.
바뀐 것은 맥락이었다.
수질이 개선되자 악취의 강이 조망의 강이 됐다. 철도가 지하로 들어가자 소음의 길이 산책의 길이 됐다. 그리고 획일적인 신축에 지친 사람들의 취향이 바뀌자, 낡은 공장이 가장 힙한 공간이 됐다.
본질은 그대로인데, 조건이 바뀌니 가치가 뒤집혔다.
요즘 반도체 소부장 주식들이 들썩인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스마트폰 부품 비중이 높아 투자자들이 외면하던 기업들이다. 성장이 끝난 시장에 묶여 있다는 이유로 낮은 멀티플을 받아왔다.
그런데 AI로 무대가 바뀌면서 그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기가 대표적이다.
MLCC, 카메라모듈, 기판. 세 가지가 주력인데, 얼마 전까지 기판 사업은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FC-BGA의 성장성에 의문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향후 3년간 FC-BGA에 10조 원 규모의 역대급 투자가 예정돼 있다. 더 인상적인 건 자금 구조다. 이 중 70%를 고객들에게 선수금으로 받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수금 구조를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
고객이 돈을 먼저 준다는 건, 캐파를 미리 사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공급이 부족하다는 증거이고, 갑을 관계가 뒤집혔다는 신호다.
메모리가 범용에서 주문형으로 바뀌면서 파운드리처럼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기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문형으로 바뀌면 이익 가시성이 높아지고, 이익 가시성이 높아지면 멀티플이 올라간다.
적자 사업부가 성장 엔진으로 재정의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기준은 하나다.
이미 가진 기술이 AI라는 맥락에서 재평가될 여지가 있는가.
한강은 새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성수동 공장도 새로 지은 게 아니다. 원래 있던 것의 의미가 바뀌었을 뿐이다.
소부장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없던 기술을 갑자기 만드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시대에 갈고닦은 기술이 AI 인프라에서 새로운 쓰임을 찾는 것이다. 기판이, 소재가, 부품이 그렇게 다시 태어난다.
다만 조심할 것이 있다.
모든 기피 자산이 재평가되지는 않는다.
한강이 다시 평가받은 건 수질 개선이라는 실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수동이 뜬 것도 그 공간을 살려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낡은 건물이나 시간이 지나면 힙해지는 게 아니다.
AI라는 단어를 갖다 붙인다고 다 오르지 않는다. 실제 수주가 나오는가. 캐파 증설이 확인되는가. 고객이 선수금을 낼 만큼 절실한가. 그 증거를 찾아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 가치도 바뀐다.
한강을 등지고 지었던 사람들을 탓할 수 없다. 성수동 공장을 헐값에 판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그게 합리적이었다. 다만 맥락이 바뀌었을 때 그것을 먼저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다.
지금 소부장 주식을 볼 때도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기업이 AI로 얼마나 물들 수 있는가.
그 답을 먼저 찾는 사람이, 성수동의 낡은 공장을 먼저 알아본 사람이 된다.
-9월 29일 저녁 아신 이형수
1970~80년대에 지어진 한강변 아파트들을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한강을 등지고 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강 조망권이 수억 원의 프리미엄인 시대니까. 그런데 당시엔 달랐다. 한강은 생활하수가 그대로 흘러드는 곳이었다. 여름이면 악취가 올라왔다. 장마철엔 물이 넘쳤다.
기피 대상이었다.
그래서 등을 돌리고 지었다.
연남동 철길도 그랬다.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소음과 분진이 쏟아졌다. 철길 옆은 싼 동네였다. 누구도 그 자리를 탐내지 않았다.
그런데 철도가 지하화되고 그 위에 공원이 들어섰다.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그 길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 됐다.
성수동은 더 극적이다.
공장 지대였다. 수제화 공장, 인쇄소, 자동차 정비소가 늘어서 있었다. 낡은 붉은 벽돌 건물과 철제 셔터. 기름 냄새가 배어 있던 골목. 누구도 그 동네를 매력적이라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 낡은 공장 건물들이 카페가 되고, 갤러리가 되고, 편집숍이 됐다. 벗겨진 콘크리트와 노출된 철골이 오히려 감성이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도를 들고 찾아온다.
철거하지 않고 남겨둔 그 흔적이 가장 비싼 자산이 된 것이다.
세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강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철길도 그대로였다. 성수동의 공장 건물들도 부수지 않았다.
바뀐 것은 맥락이었다.
수질이 개선되자 악취의 강이 조망의 강이 됐다. 철도가 지하로 들어가자 소음의 길이 산책의 길이 됐다. 그리고 획일적인 신축에 지친 사람들의 취향이 바뀌자, 낡은 공장이 가장 힙한 공간이 됐다.
본질은 그대로인데, 조건이 바뀌니 가치가 뒤집혔다.
요즘 반도체 소부장 주식들이 들썩인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스마트폰 부품 비중이 높아 투자자들이 외면하던 기업들이다. 성장이 끝난 시장에 묶여 있다는 이유로 낮은 멀티플을 받아왔다.
그런데 AI로 무대가 바뀌면서 그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기가 대표적이다.
MLCC, 카메라모듈, 기판. 세 가지가 주력인데, 얼마 전까지 기판 사업은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FC-BGA의 성장성에 의문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향후 3년간 FC-BGA에 10조 원 규모의 역대급 투자가 예정돼 있다. 더 인상적인 건 자금 구조다. 이 중 70%를 고객들에게 선수금으로 받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수금 구조를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
고객이 돈을 먼저 준다는 건, 캐파를 미리 사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공급이 부족하다는 증거이고, 갑을 관계가 뒤집혔다는 신호다.
메모리가 범용에서 주문형으로 바뀌면서 파운드리처럼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기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문형으로 바뀌면 이익 가시성이 높아지고, 이익 가시성이 높아지면 멀티플이 올라간다.
적자 사업부가 성장 엔진으로 재정의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기준은 하나다.
이미 가진 기술이 AI라는 맥락에서 재평가될 여지가 있는가.
한강은 새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성수동 공장도 새로 지은 게 아니다. 원래 있던 것의 의미가 바뀌었을 뿐이다.
소부장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없던 기술을 갑자기 만드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시대에 갈고닦은 기술이 AI 인프라에서 새로운 쓰임을 찾는 것이다. 기판이, 소재가, 부품이 그렇게 다시 태어난다.
다만 조심할 것이 있다.
모든 기피 자산이 재평가되지는 않는다.
한강이 다시 평가받은 건 수질 개선이라는 실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수동이 뜬 것도 그 공간을 살려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낡은 건물이나 시간이 지나면 힙해지는 게 아니다.
AI라는 단어를 갖다 붙인다고 다 오르지 않는다. 실제 수주가 나오는가. 캐파 증설이 확인되는가. 고객이 선수금을 낼 만큼 절실한가. 그 증거를 찾아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 가치도 바뀐다.
한강을 등지고 지었던 사람들을 탓할 수 없다. 성수동 공장을 헐값에 판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그게 합리적이었다. 다만 맥락이 바뀌었을 때 그것을 먼저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다.
지금 소부장 주식을 볼 때도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기업이 AI로 얼마나 물들 수 있는가.
그 답을 먼저 찾는 사람이, 성수동의 낡은 공장을 먼저 알아본 사람이 된다.
-9월 29일 저녁 아신 이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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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트 하락으로 김프가 살짝 끼기 시작했네요. 지금도 2.26%정도.
일단 연말까지 코인 시드 절반 정도는 더 입국 할 예정인데 김프에 맞춰서 슬슬 입국 한번 하는게 좋을거 같네요
일단 연말까지 코인 시드 절반 정도는 더 입국 할 예정인데 김프에 맞춰서 슬슬 입국 한번 하는게 좋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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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warded from 김프 출입국 사무소
🥓 김프 2.5%권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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